‘좋은 사람’이라는 무거운 옷을 벗다
어릴 적부터 나는 착한 아이였다. 적어도,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.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면 말수를 줄였고, 아빠가 무섭게 굴면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. 친구들이 화를 내면 먼저 사과했고, 선생님 앞에서는 늘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.나는 ‘괜찮아 보이는 사람’이었다. 괜찮은 딸, 괜찮은 친구, 괜찮은 학생.살면서 많은 역할을 맡았다. 며느리, 아내, 엄마, 동료, 친구, 선배, 후배 등그 역할들 속에서 늘 ‘좋은 사람’이 되려고 했다.화가 나도 웃고, 속상해도 이해하고, 불편해도 배려하고.“괜찮아요.”“저는 상관없어요.”“그럴 수도 있죠.”익숙한 말들이었다.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나를 점점 투명하게 만들고 있었다.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건 많은 걸 참고 감추는 일이었다.가끔은 누군가에게 상처받고도 ..
2025. 5. 7.